
출발지점 : 해발고도 50m추정
경유지점 : 도동 잿만디 해발180m
목적지 : 울릉국민학교 해발 70m추정
집에서 해발 50미터를 내려가서 0미터부터 180미터를 올린 다음 다시 70미터까지 내려간다. 이렇게 왕복을 하게 되면 누적고도는 340m가 된다.
편도 거리 5.4km
성인기준(4km/h)으로 편도 1시간 37분 (어린이 기준 2시간 이상)
국민학교2학년(9세)부터 4학년(11세)까지 만 2년간 저 거리를 등교한다. 버스를 타고 다닌 적도 있지만 저 시기에 도동잿만디부터 사동1동까지 도로확장공사를 하게 돼서 그마저도 버스가 끊어지고. 모든 주민이 잿만디에서 무조건 내려서 사동1동까지는 걸어야했다.
등교는 버스를 타더라도 하교길은 거의 대부분 걸었으며 도동잿만디부터 사동1동까지는 거의 산길을 달려서 내려갔음.
눈이 오게 되면 어떻게 되나?
날씨가 나빠지면 버스는 아예 안 다닌다. 악천후일수록 무조건 걷게 된다. 태풍이 오고 눈보라가 치면 오히려 걸어야만 읍내 학교에 갈 수가 있다.
어린이가 매일 하루 4시간 저 거리를 다니게 되면 인내심과 끈기가 저절로 훈련되고 외롭고 고독함에도 면역력이 생긴다. 이는 나중에 공부하는데 아주 큰 자산이 된다. 더군다나 매일 180미터의 산을 전속력으로 달려서 내려가면 성장판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누적되고 쑥쑥 자라게 된다.(물론 유전이 가장 영향이 크지만 친가 외가 수십명의 사촌들 중에 내가 제일 크다.)
오락실 : 울릉도에는 오락실이 없다. 핸드폰을 사주며 유튜브 보지말고 게임하지 말라고하는 것은 자녀에게 형벌이다.
군것질 : 가장 가까운 구멍가게가 사동1동에 있다. 과자 하나 사먹으려면 왕복 4km를 걸어야한다. 도저히 사먹으러 갈 수가 없다. 3동에 있는 초미니구멍가게에는 설탕, 소주 같은 것만 판다. 인간행동에서 환경은 의지를 압도한다.
그럼 뭐만 남나? 책만 남는다. 유일한 친구가 책 뿐이다. 여름에는 바다수영하고 겨울에는 눈썰매타고. 결국엔 운동이다.
지지 : 어릴때는 자아상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때 누군가 나서서 굉장히 잘 될 것 같은 이미지의 자아상을 심어주면 로켓처럼 신나서 공부하게 된다. 9살의 어린 bk에게 남양국민학교 황춘길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너는 의대를 가라. 그리고 중학교를 대구에 나온다면 우리집에서 먹고 자고 다녀라." (그로부터 20년뒤에 경북 칠곡군에서 교장선생님과 공보의로 스쳐지나게 된다.) 12살의 bk가 반에서 1등을 하자 강세연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이제 양승희의 시대는 가고 bk의 시대가 오는구나." 그 뒤로 시험이 끝나면 모두가 정답을 맞춰보기 위해 내 주위로 몰려들었고, 고교까지 애들이 어려운 문제만 있으면 풀어달라고 들고오니(쉬운문제를 풀 시간이 없고 그 친구들 덕분에 어려운 문제만 풀게되니 실력은 더 높아진다. 이런 과정을 이석암도 같이 겪었다. 그 친구들이 내 공부를 도와준 셈.) 친구들에게 공부 잘한다는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려면 죽도록 공부할 수 밖에 없다. 쪽팔리게 "야, 이 문제 모르겠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면 두번 다시 나에게 어려운 문제를 들고오지 않는다. 결국 아이는 어른이 바라봐 주는 이미지 대로 저절로 커간다.
아무튼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어릴 때부터 힘든 운동을 시켜라. 이왕이면 산악 트레킹 같이 자연의 악천후 속에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성취감이 있는 운동을 자주 하는게 좋다. 힘듬을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시킨다. 특히 악천후라면 더 좋다.
이것이 바로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다. 맹자도 호연지기의 포스를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장발묘하지 않는 인내력, 끈기, 포기하지 않는 투지, 시쳇말로 깡다구, 멘탈을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자란 어린이는 나중에 고등학교에 가서도 하루 17시간씩 편안하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좌절을 겪더라도 쉽게 낙담하지 않는다.
11살때 김귀순 선생이 귀싸대기 날리고 남아서 나머지 하라고 했을 때, 그냥 무시하고 집에 가는데 나머지 하고 있던 쩌리같은 애들이 "야, 너 왜 나머지 안 하고 집에 가냐? 선생님이 너도 나머지 하라고 했어."라고 하길래 "내가 왜 너희같은 애들이랑 같이 나머지를 해야하는데?"라고 바로 무시하고 귀가했다.
호연지기는 학원에서 배울 수 없다.<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