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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사님 저는 수원에 사는 레나입니다. 저는 아버지 엄마는 모두 전문직으로 저에게 지원을 많이 해주시구요. 제가 배우고 싶은 것, 가고싶은 곳은 다 경험해보고 살았습니다. 얼마전까지는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중학교때까지는 늘 전교 5위권 안에서 놀다가 고등학교 이후에 성적이 너무 떨어져서 지금은 너무 좌절감이 심합니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이 저에게 어마어마한 지원을 해주셨는데 보답을 못 해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고, 제가 용기만 있다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습니다. 아직 그럴 용기가 없네요. 가족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

학교에 가도 수업이 눈에 안 들어오고 공부를 할 수가 없어요. 순간 그냥 멍해집니다. 집에서도 어디에서도 책을 볼 수가 없고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편의점 알바 같은 거나 하면서 살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학 가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공부도 이제는 영영 못할 것 같고, 자퇴를 해야할 것 같은데 부모님한테 죄송해서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해결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 안녕, 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군요. 본인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면 이 사태가 해결된다고 착각하고 있군요.

1> 자살에 대한 착각::::::

자살은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어마어마한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비겁하고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며 전두엽장애로 인한 질환의 결과일 뿐입니다. 뇌의 회로가 고장나서 뛰어내리는 게 '해결'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 밑 바탕에는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아."라는 교만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거고요. 언제나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자살하면 모든 게 해결될꺼야라는 생각조차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을 갖고 사세요. 내 생각과 다른 결과가 현실에서 발생했을때는 더욱 겸손해져야 하는 거에요.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에요. 아이 하나 낳아서 고등학생까지 만드는데 몇억이 들어가요. 만약 레나가 자살하고난 이후에 아버지에게 레나를 다시 살려내는데 비용을 내면 살려주겠다고 제안하면 아버지가 얼마를 낼까요? 돈이 많다면 100억도 낼거에요. 그럼 자식이 100억짜리 가치가 있는 몸뚱아리라는 거죠. 지금은 레나가 가진 게 몸뚱이 하나 밖에 없고 십대로 살면서 투자한 게 학업이 전부니까 학업에서 무너지면 인생이 끝장나는 느낌이 드는 게 맞아요.(신라젠에 몰빵한 사람이  하한가 3방 맞으면 자살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하지만 인생에서는 학업 말고도 여러가지 많은 이벤트들이 남아 있어요. 이제 영화 시작한지 20분 밖에 안 지났어요. 앞으로 레나가 직업도 갖고 남편도 갖고 자식도 갖고 집도 잇고 차도 있고 애완견도 있고 친구도 갖고 많이 가질 거에요. 그러면 그때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본다면 지금 이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죠.

2> 내 생각이 맞다는 생각::::::

내 생각에 손흥민이 우리나라에서 축구 제일 잘하는거 같은데? 감독이 선발 제외시키면 부당하게 느껴져요? 감독생각이 틀린거에요? 내 생각이 맞고? 그 감독은 40년동안 축구만 한 사람인데?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박희철이라고 있어요. 스틸러스의 레전드인데 요즘 조기축구해설하며서 지내요. 박희철이 축구보는 눈이 좋겠어요? K7출신이 좋겠어요? 당연히 박희철이 좋겠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K7출신이 국대 감독 짤라라고 유튜브에서 난리치죠. 박희철도 가만히 있는걸 보면 그럴때는 '아, 내가 혹시 못 보는게 있나?'하고 스스로를 돌아봐야죠.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을까?' 의심하는 마음자세를 가지세요. 본인이 대단한 사람 아니고 드라마 주인공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에요. 본인이 세계일주 3년 다녀와도 아무도 몰라요. 누가 "어? 레나 어디갔노???" 할 것 같나요? 인생은 미니시리즈 드라마 아니고 더더군다나 본인은 비련의 여주인공 아니에요.

3> 당연한 걸 부당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본인이 나솔 나갔는데 5명의 여자가 있는데 거기서 내가 제일 못 생겼고 그래서 고독정식을 먹게 되면 그게 부당한건가요? 당연한건가요? 당연히 짜장면 당첨돼야죠.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게 어른이에요. 중학교 때 5등 한게 뭐가 자랑이에요? 지금은 아닌데? 다 망해가는 병원 원장님이 맨날 지각하고 환자도 대충보고 하루에 담배 3갑씩 피우면서 매일 양주 한병씩 까면서 "내가 30년 전에는 수능 0.1% 받았는데... 내가 이런 처지가 되면 안되는데!!"하면서 자기가 경영한 병원의 현실을 부당하게 받아들인다면 이해가 되나요?

시험 쳐서 본인 앞에 10명이 있으면 본인이 11등 하는게 당연한 거에요? 부당한거에요? 내가 UFC 나가서 붙어봤는데 상대방 주먹의 파워가 나보다 강하면 내가 이기는게 당연한 거에요? 부당한거에요? 

나는 남자친구를 사랑하는데 남자친구가 이제 너 더이상 좋아하지 않고 짜증만 나니까 헤어지자고 할때 헤어지는게 당연한 거에요? 부당한거에요?

같은 페이로 직원 뽑는데 사장님이 고졸 대신 대졸을 뽑으면 그게 부당한거에요? 당연한거에요? 타인에게는 당연하다며 쉽게 이야기할 수 있듯이 본인에게 일어난 일에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필요해보입니다. 당연한걸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이 화병의 출발점이에요. 오줄없는 사람 되는 거에요.

 

4>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인생은 집을 짓는 것과 같아요. 집 짓기 전에 땅부터 깊이 파죠. 단단한 지반을 만날때까지 파야해요. 그 지반은 부모의 재력, 집안환경같은 거에요. 레나는 이미 단단한 지반을 갖고 있네요. 그 지반 위에 파일기둥을 박고 집지을 준비를 하는 거는 건강의 영역이에요. 레나가 서울대 의대를 가도 건강을 잃으면 집이 무너져요. 사람들이 매일 헬스하고 수영하고 하는거는 지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거에요. 그 위의 집을 지키기 위해서 매일 보수공사하는 거죠.

오케이, 레나는 건강하다고 치고. 그 다음 공부해서 좋은 직업을 갖는건 집의 기둥을 세우는 거에요. 좋은 직업일수록 기둥이 튼튼하겠죠. 그 직업의 기둥 위에 뭐가 있냐?

의식주라는 지붕이 올라가요. 결국 직업의 본질은 나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함이 커요. 내가 직업이 없으면 직접 의식주 하나하나 전부 다 직접 해결하면서 인생을 다 보내게 돼요. 최대한 인생에서 여유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현대인들은 분업사회를 만들고 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서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의식주를 해결해요.

5> 직업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명심해야할 게 본인이 직업을 선택하는게 아니고 간택당하는 거에요. 내가 의사하고 싶다고 선택하는게 아니에요. 소망한다고 되는게 아니고 여러 조건(지능, 인내심, 체력, 건강, 사회성, 재력 등등)이 딱 맞아줘야 이 사회가 레나를 의사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거에요. 쉽게 이야기해서 레나가 좋지 못한 직업을 갖게 되면 그 책임 온전히 본인의 100%가 아니라는 거에요. 환경과 유전적 요인을 고려해야만 해요. 저는 아버지로부터 지능을 물려받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었고, 마침 그때가 노태우 정부 시절 비평준화고교 육성정책이 절정에 달할 시절이라,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죠. 만약 제 친구 오창석처럼 어릴때 부모님 돌아가시고 고아원에서 자랐더라면 어땠을까요? 창석이도 머리는 뛰어나지만 결국 공고 들어갔어요. 지금은 택시운전해요.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데 100% 창석이 탓이라고 할 수가 없죠. 누군가 좋은 직업을 갖게 되었을 때 온전히 자기 스스로 일군 것처럼 생각되더라도 결국 따져보면 '주어진 것'이에요.

직업은 주어진다는 걸 잊지 말아요. 내가 쟁취하는 게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간택되고 훈련되고 배치되는 거에요. 그리고 내가 사회로부터 멋진 직업으로 일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왜냐면 나보다 훨씬 더 적합한 애들이 그 일을 하게 되니깐요. 당연한 일이 일어난 것 뿐. 미래에 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살아갈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이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자리에 가게 될테니깐요. 인간을 이 사회의 하나의 부속품이라고 생각해요. 멋진 부속처럼 보이는 직업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모든 직업은 다 구려요. 판검사 성형외과 의사도 구린 직업이에요. 왜냐면 내일 당장 1000억이 통장에 꽂히면 출근할 판검사 의사는 아무도 없으니깐요. 그게 직업이에요. 의식주를 떠받치는 기둥.

6> 직업보다 중요한 보물함

직업이라는 기둥이 의식주를 떠받친다고 했죠? 내가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남들이 하루 3끼 식사할때 내가 10끼 식사를 하는게 아니고 이건희가 하루에 잠바 30개씩 껴입고 다니지 않아요. 내가 돈 100억 있다고 5천평짜리 아파트 분양받아서 사는게 아니에요. 사실 직업이 떠받치는 의식주라는게 까놓고 보면 크게 차이도 안 나요. 이재용 회장이 먹는 된장찌개랑 내가 먹는 된장찌개가 만배 차이나지 않아요. 이재용도 디저트로 하겐다즈 먹어요. 인간이 매일 오마카세 먹고 살 수도 없어요. 사람의 의식주라는게 결국 고만고만해요. 의식주에 그렇게 큰 차이를 못 만들어낸다면 도대체 왜 좋은 직업을 왜 가져야할까요?

직업이 좋으면 기둥이 커지고 집 내부 공간이 커져요. 인생은 집짓기라고 했죠? 의식주 지붕까지 다 짓고 나면 집이 완성되죠. 그런데 그 집안의 공간에 보물함이 하나 있어요. 어떤 보물인지는 사람마다 달라요. 누구는 그 보물함을 여행으로 채우고 누구는 골프로 누구는 수영, 낚시, 아니면 누구는 거기에 육아를 넣기도 하고 사람마다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컨텐츠로 보물함을 하나 만드는 것. 그게 인생이에요. 직업이 좋으면 기둥이 크고 튼튼해지고 더 큰 보물함을 집안에 들일 수가 있죠. 직업이라는 기둥이 작고 변변찮으면 의식주 해결하느라 인생을 다 소비하고 집 내부가 빠듯해서 보물함을 들일 공간은 없어지요. 그 보물은 의식주의 욕망을 뛰어넘어야 보물함에 들어갈 수 있어요. 남는 시간에 유튜브 보고 넷플릭스 보는 정도로는 보물함에 못 들어가요. 골프에 미쳐서 밥먹는 것도 건너뛰고 잠도 줄여가며 골프치면 비로소 나의 보물함에 골프라는게 들어가요.

보물함과 기둥은 서로 밸런스가 맞아야해요. 너무 보물함에 몰입돼도 안되고 직업기둥에만 매몰돼도 안돼요. 집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에요? 지반이에요. 그래서 지반이 무너지면, 즉 건강이 무너지면 집이 무너져요. 그래서 건강이 가장 중요해요. 

만약 지반이 무너져서 사람이 죽는다면,  당연히 그 위의 직업이라는 기둥도 차례차례 무너지고 지붕도 무너지죠. 그리고 그 폐허더미 가운데 보물함 하나 남아요. 그 사람이 살면서 이 세상에 남겨놓은 것. 사람이 의식주를 돌려가면서 수십년간 가동시킨 육신은 집이 무너지면서 사라지지만 그 사람이 만들어놓은 보물함은 세상에 남아요. 그게 추억일수도 있고, 책일수도 있고, 내가 기여한 사회제도일수도 있고, 회사일수도 있고, 발명품일수도 길러낸 제자들일수도, 자손일수도 있고 아무튼 집이 무너져도 보물함은 세상에 남아요. 스티브잡스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애플이라는 회사를 남겼죠. 자식을 남기는 것도 훌륭한 보물이에요.

나는 어떤 보물함을 만들까? 그게 인생의 숙제에요. 그런데 레나는 지금 고등학생이죠? 보물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집도 아직 완성이 안 됐는데... 무슨 인생의 꿈을 찾고 자아를 찾아요?? 학교에서 '니가 하고싶은 적성에 맞는 꿈을 가져라'고 하죠? 다 헛소리에요. 집도 없는데 무슨 보물이야기를 해요? 이제 겨우 의식주 해결할 기둥공사를 시작한 애들한테 뜬구름 잡는 이야기하는 거죠. 그리고 자기만의 보물은 직업기둥이 바로서고 의식주가 해결되고나서 나중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아, 내 인생의 보물은 이거다.'라고 정할 수 있는 거에요. 지금은 그냥  학교 나가서 그냥 앉아서 수업들어요. 이유는 없어요. 그냥 해. 집 지어야되니까. 의식주를 해결해야 되니까. 여기는 북한이라 생각하고 먹고 자고 씻고 공부하는 거는 북한식으로 그냥 해요. 본인이 할수 있는 만큼 먹고 자고 씻고 공부하면 돼요. (내 맘대로 먹고 자고 씻고 공부하는거는 성인돼서 해요.) 그리고 나중에 학업을 최종 마쳤을때 사회가 나에게 주는 직업의 자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그 자리가 설사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내 생각이 잘못되었구나.'라고 겸손할 줄 알아야해요. 당연한 일을 부당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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